내게 비에스 투어에서 모집하는 제 1기 파블로 여행단에 딸과 함께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체로,

당첨운 지지리도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내 인생에 이미 감동이었다.

아침 7시까지 시청앞 리무진 버스를 타기 위해서 시계를 새벽 5시에 맞추어 놓았는데....

살면서 여지껏 그 시간에 일어나 본 적이 없는 6살배기가 발딱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옷을 척척 입는다.

엄마와 함께 버스를 타고 멀리 떠나게 되는 여행이 그 작은 마음에도 몹시 기대되고 흥분되는 모양이다.

어디를 가게 될까...누구를 만나게 될까...

여행, 그 기대가 주는 설렘을 아이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모습이 대견하고 기쁘다.

이번 여행의 여정은 스테디 셀러라는 강원도 평창의 허브나라, 양떼 목장 그리고 오대산 천년 숲길을 품고 있는 월정사이다.

당일로 다녀오기에 아이에겐 물론 어른에게도 조금 힘이 들고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엎고 안아주던 아빠 대신 옆에서 함께 걸어 주던 언니를 둘이나 만나 윤수는 어느 때보다 씩씩했다.

은은한 향기 머금은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뛰어가던 세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과,

양떼목장 뙤약볕 힘든 언덕길을 언니 동생 손을 꼭 잡고 의지하며 열심히도 오르던 모습들이 어찌나 예쁘던지...

아이들을 통해 함께 하는 여행이 더욱 즐거움을 배우고 왔다.

허브나라

허브나라는 사시사철 언제와 봐도 너무나 좋다.

아이가 한 살때 품에 안고 와본 이후로 딱 5년 만이다.

전체적인 풍광을 한번에 담을 수 있는 포인트가 없다는게 아쉽다면 아쉬울 뿐

여기저기 아기자기 알차게도 꾸며 놓은 덕에 어디서 아무렇게나 찍어도 사진이 그럴듯 하다.

사실 이럴때일 수록 침착하게 욕심내지 말아야 하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분주했다.

# 허브나라 입구 전경

전에 와봤을 때 없었던 벽돌길이 입구에 조성되어 허브나라로 들어가게 된다.

예쁜 Garden Map을 보며 벌서부터 맘이 들썩 거리기 시작한다.

# 중세가든 앞에 있던 예쁜 꽃밭....

사람도 인연이 있으면 그 이름을 기억해 두기 마련인데....

나는 이렇게 예쁜 꽃을 찍어 담아 왔으면서도 그 이름을 놓쳐 버렸다.

예의가 아닌 듯 하여 미안한 맘이 든다면 너무 오버일까?

사진을 찍으며 사람이 아닌 것들에도 마음을 두기 시작했다.

# 나비 가든 전경

딸 아이와 잘 어울리던 나비 가든...

오랫동안 어른들만 살던 집에 아이가 하나 생기면 그 순간부터 집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첫 조카가 태어나던 해 우리 가족은 모두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어린 손님들이 끊이질 않던 나비 가든은 다른 어느 곳보다 행복한 곳이었다.

# 어린이 가든과 파머스 마켓

허브나라에서 아이가 가장 즐거워 했던 곳은 어린이 가든 이었다.

입구에서 부터 길쭉하게 조성된 허브 가든을 가로질러 오면서

엄마가 시키는대로 여기도 앉아보고 저기 위에도 올라가 보고 모델 노릇하느라 지친 딸이 투정 부릴 무렵 등장한 어린이 가든...

예쁜 꽃밭 사이로 아기자기한 놀이터가 있다.

아이는 어디서 다시 힘이 솟았는지 한달음에 달려가 그네를 차지한다.

바로 옆에 파머스 마켓이 있어 허브아이스크림과 허브 커피 하나씩 사먹고 한참을 쉬었다.

# 허브

우리나라에도 전통 허브가 있단다.

파, 쑥, 깻잎....가이드분의 재미난 얘기라며 웃고 말았는데 맞는 말인가 싶기도 하다.

초여름 한껏 기지개를 편 꽃들...청순하기도 하고 요염하기도 한 그 색깔에 온통 맘이 뺏겼더랬다.

자기가 다니는 유치원 이름과 똑같다고 아이가 몹시 재밌어 하던 꽃 아이비

화원에서 예쁘다고 사온 화분 두개에서 꽃대가 올라오더니 물도 자주 줘야하고 까만 씨가 자꾸만 떨어져 골칫 거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라벤다였다. 그런데 왜 우리집 라벤다들은 향기가 없는거지?

드라마의 제목으로 더욱 유명한 아이리스는 색깔도 자태도 매혹적이었다.

이 꽃을 보며 보라색과 초록색이 저렇게 잘 어울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덥다고 힘들어 하는 딸래미 때문에 창문으로 잠깐 들여다 본 것에 만족해야만 했던, 그래서 더 아쉬웠던 유리 온실.

그 너머에 팔레트 가든은 사진 속에서 참 아름답던데 다음을 위해 아껴두었다.

여행지에서 다음을 기약한다는 것은 내게 익숙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다시 또 오기 힘들다는 생각에 많이 보려고 욕심을 부리는 타입이었다.

남들이 보았다는 곳은 나도 다 봐야 직성이 풀렸더랬다.

볕 좋은 6월, 다시 와볼꺼라 생각지 못했던 이곳을 딸아이와 함께 천천히 걸으며 어쩐지 많이 달라졌다 생각했다.

내가 성장했으니 이 곳도 달라진 것이다.

다시 또 와도 좋은 곳이 있다.

갈 때 마다 같으면서도 또 다른 곳이 있다.

전부 다 보았다고 다 본 것이 아닐 수 있다.

허브나라는 그런 곳이었다.